“교수님을 만난 이후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유전성 저인산혈증 치료 중인 김부순 환자와 주치의 이유미 교수


유아 시절부터 뼈가 휘어지기 시작한 김부순 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20대 중반에 골형성 부전증을 진단받고 평생을 방 안에서 살았다.

문제는 폐경 이후 온몸에 나타난 극심한 통증.

그녀는 이유미 교수를 만난 뒤에야 자신을 평생 괴롭힌 병이 유전성 저인산혈증이라는 희귀질환임을 알게 됐다.


평생을 따라다닌 고통, 예순 넘어서야 알게 된 병명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어린 딸이 어느 날부터 걷질 못하자 부모는 아이를 치료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러나 어느 병원에서도 병명을 찾질 못했고, 아이의 성장에 따라 온몸의 뼈는 더 많이 휘어졌고 부러지기도 했다. 부모님 품에 안겨 여러 병원을 전전한 세월이 20년. 김부순 씨는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한 종합병원에서 골형성 부전증을 진단받았다.

“그 병원에서는 뼈가 부러지면 위험하니까 걷지도 말고 이대로 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다른 치료도 없이 수십 년을 방 안에서만 지냈어요.”

그러나 폐경 이후 뼈 상태가 더 악화되면서 온몸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자, 부모님에 이어 평생 부순 씨의 손발이 되어준 동생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언니를 데리고 세브란스 재활의학과를 찾아왔다. 그리고 재활의학과에서 이유미 교수(내분비내과)에게 협진을 의뢰하면서 그녀는 이 교수를 만나게 됐다.

사지에 플라스틱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상태였다.

회복에 대한 기대가 없는 부순 씨를 설득해 치료를 시작한 이유미 교수는 약물치료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약제를 변경하자 인산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 골형성 부전증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다른 희귀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한 이유미 교수는 과거 진료기록을 다시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고, 몇 차례의 유전자검사와 2017년 임상현장에 도입된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부순 씨의 병이 유전성 저인산혈증임을 밝혀냈다.


이 한 몸이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확진 후 맞춤한 약제를 처방받으면서 김부순 씨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었던 그녀는 스스로 밥을 떠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극심한 통증과 골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카들의 접근을 거부했지만, 이 교수의 치료 후 처음으로 사랑하는 조카들을 마주 안을 수 있었다.

“이유미 교수님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주셨을 뿐 아니라, 제 건강을 세심하게 살펴서 협진을 의뢰해주셨어요. 덕분에 세브란스에서 백내장수술과 보청기, 틀니까지 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세브란스와 이유미 교수님께 너무 많은 걸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주치의 이유미 교수에게 김부순 씨는 “교수님의 연구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시신기증 의사를 밝혔다.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어린 환자들이 좀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이 현실이 될 날을 소망한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뼈, 무조건 나이 탓이다?!

열정과 끈기로 골대사질환 환자들에게 희망 주는 이유미 교수


50대 중후반 여성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골다공증을 걱정해야 하나요?

골다공증은 호르몬 이상, 약물, 운동 부족, 칼슘 및 비타민D 섭취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질환으로, 여성에서는 폐경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폐경기에 뼈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하는 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뼈에 구멍이 생기는 골소실은 폐경 직후 5-6년 사이에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폐경 전후로 미리 골밀도 검사를 시행해 뼈 상태를 체크하고, 골밀도가 낮아진 상태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서서히 감소되고 여성보다 뼈가 크고 튼튼하기 때문에 보통 70대 이후에 골다공증이 나타납니다.


어차피 나이 들면 누구나 뼈가 약해지는 거 아닌가요? 골다공증을 꼭 치료해야 하나요?

골다공증을 흰머리처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는 골다공증 진단 후 치료율이 약 30%로 낮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골다공증은 단순히 뼈에 구멍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몸의 뼈대가 약해져서 뼈가 잘 부러지는 상태가 되는 질환입니다. 골다공증 환자에서 한 번 뼈가 부러지면 다시 골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특히 척추 압박골절로 인해 굽어진 허리는 다시 펴지지 않습니다. 흔히들 뼈는 붙으면 다라고 생각하지만, 골절 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령에서는 척추나 대퇴부골절로 와병 생활을 하다가 흡인성 폐렴 같은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따라서 전문의에 판단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대개 뼈를 만들어주는 골형성촉진제와 뼈를 유지해주는 골흡수억제제를 처방하는데, 골다공증 약제는 뼈를 강화시켜 낙상하더라도 골절을 50~70%까지 줄여줍니다.


젊은 나이에서도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나요?

젊은 나이에서는 2차성 골다공증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나이가 들고 폐경이 오면서 나타나는 골다공증을 1차성 골다공증이라 한다면, 질병이나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골다공증을 2차성 골다공증이라 합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골다공증, 항암치료로 난소기능이 일찍 소실되어 발생한 골다공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으로 인한 골다공증, 임신과 출산 및 모유 수유 중 나타나는 골다공증 등이 이에 속합니다.

내분비질환 중에서도 각종 호르몬의 변화가 골다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열심히 골다공증 치료를 했는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거나 어린 나이에 자꾸 이유 없이 뼈가 부러진다면 무기질 대사 이상에 의한 골연화증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골연화증은 어떤 병인가요? 골다공증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뼈는 3가닥의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기본 뼈대를 형성하고 여기에 칼슘과 인산이 결합되어 단단한 뼈로 만들어집니다. 골다공증은 뼈는 제대로 형성됐으나 뼈에 구멍이 많이 생겨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반면, 골연화증은 뼈의 석회화에 꼭 필요한 칼슘과 인산이 부족해 뼈가 물렁해지면서 휘어지고 골절되는 질환입니다.

뼈가 약해 잘 부러진다는 증상은 동일하지만, 골다공증은 충격 부위 한두 군데의 뼈가 부러진다면 골연화증에서는 온몸의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골절이 발생하면서 근력도 떨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젊을 때 채운 골밀도, 평생 뼈 건강 좌우한다

운동 부족,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10~20대가 늘고 있다. 뼈는 10대 중반부터 차오르기 시작해 20대 중반에 최대 골량에 도달한 후 폐경기 즈음부터 소실되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칼슘과 비타민D 섭취, 햇볕 쬐기, 운동 등으로 뼈를 잘 관리해야 건강한 뼈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칼슘과 인산을 잘 먹으면 골연화증의 발병을 막을 수 있나요?

골연화증은 칼슘보다는 대체로 체내 인산이 낮아서 발생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우리 몸에서 인산이 부족한 경우는 많지 않아요. 생명체의 세포막을 이루는 성분인 ‘인지질’이 바로 인산이어서 어떤 음식에든 다 인산이 들어 있거든요.

저인산혈증은 염증성장질환 환자, 경관식이를 하는 환자, 중환자실 치료 중 산-염기의 불균형이 발생한 환자, 이뇨제처럼 신장에서의 인산 재흡수를 방해하는 약제를 복용 중인 환자 등 특수한 경우에 발생하고, 대개 원인을 치료하거나 제거하면 저인산혈증은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당연히 골연화증도 그리 심하지 않고, 쉽게 치유됩니다. 이와 달리 체내에서 인산을 배출하는 FGF23호르몬이 과잉 활성화되어 체내 인산 농도가 낮아져 골연화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성인에서 발병하면 종양성 골연화증, 소아 때부터 나타나면 유전성 저인산혈증이라고 합니다.

대개 뼈의 변형과 골절, 뼈 통증, 성장 지연, 골부착염, 골관절염, 치주염, 근육 이상, 보행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같은 호르몬에 의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성인과 소아에서 병명이 다른 까닭은 무엇인가요?

FGF23호르몬이 과잉 활성화된 근본 원인이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종양성 골연화증은 말 그대로 종양이 원인으로, 뼈 안에 FGF23호르몬을 과하게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이 생긴 겁니다. 그러니까 이 종양을 잘 찾아 수술로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반면 유전성 저인산혈증은 정확한 병명이 X염색체 연관 유전성 구루병(XLH, X-Linked Hypophosphatemic Rickets)으로, X염색체의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FGF23호르몬이 체내에 많아지는 질환입니다.

평생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인산과 활성형 비타민D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양성 골연화증과 유전성 저인산혈증은 우리나라 등록 환자가 160명도 채 안 되는 극희귀질환입니다.


환자 수가 이렇게 너무 적은 희귀질환이라면 진단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낙 희귀한 질환이다 보니 과거에는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 감별하고 확진을 내리기까지 수년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질환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유전자를 수십에서 수백여 개까지 한꺼번에 검사하는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이 도입되면서 진단이 훨씬 빨라지고 쉬워졌습니다. 

종양성 골연화증에서도 특수 핵의학 스캔을 활용하면서 몸속에 숨은 종양을 찾아내는 것이 한결 빨라졌고요. 워낙 고가여서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지만, 2~3년 전 일본에서 FGF23호르몬에 직접 결합해 FGF23호르몬의 과잉 작용을 억제하는 치료제인 항FGF23항체도 개발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서 희귀질환에서도 치료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뼈 건강 상식

고령, 폐경, 장기이식, 갑상선기능항진증, 스테로이드제 장기 투여, 난소절제술, 골다공증 가족력 등이 있으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 골밀도검사가 필수다. 골밀도검사의 T-score가 -1 이하면 골감소증, -2.5 이하는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며, -3.0 이하는 골절 초위험군에 해당한다.

-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 환자들은 골절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화장실에서는 미끄럼 방지 슬리퍼를 사용하고, 평소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다.

- 운동은 근력을 강화해 골절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균형감각을 향상시켜 낙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줄넘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스쿼트와 같은 체중부하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그러나 요가처럼 허리를 심하게 굽히는 운동은 척추압박골절을 일으킬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 약은 반드시 처방대로 복용한다. 만약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거나 약으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의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유미 교수(내분비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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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이 전문 분야로, 골다공증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해 대한골대사학회와 함께 다양한 영상을 제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종양성 골연화증을 비롯한 골대사 이상이 동반된 내분비희귀질환에 특히 관심이 많다. 정확한 병명조차 쉽게 진단되지 않아 무기력해진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꾸준한 연구와 집념으로 치료 의지를 북돋워주는 열정 100%의 주치의. 환자가 호전되면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며 폭풍 칭찬을 건네는 그녀 덕분에 환자들은 힘이 솟는다.


에디터 박준숙 /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