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포트] 해 짧아지면 우울해지는 이유, ‘계절성 우울증’일 수도

  • 작성일 : 2026년 10월 27일
  • 진료과 : 정신건강의학과
  • 의료진 :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찬 바람이 불고 낮 시간이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이 되면 유독 기분이 가라앉고 몸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계절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기분이나 생활리듬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우울감과 피로감이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계절 타기’가 아닌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 반복적으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에 시작돼 봄이 되면서 호전되지만, 드물게 봄이나 여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1. 계절성 우울증이란?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는 특정 계절과 연관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말합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낮 시간이 짧아지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우울 증상이 시작되고 봄이나 여름이 되면 호전되는 ‘겨울형’입니다. 반대로 봄이나 여름에 반복적으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여름형’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계절이 바뀔 때 잠시 기분이 가라앉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울감과 흥미 저하, 피로, 수면과 식욕 변화 등이 지속되면서 직장이나 학교생활, 인간관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2. 가을·겨울형과 여름형은 증상이 다를까?

 계절성 우울증도 기본적으로는 다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우울감,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 피로감, 집중력 저하, 비관적인 생각 등이 나타납니다.

 다만 계절에 따라 비교적 특징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을·겨울형 계절성 우울증>

  • 평소보다 잠이 많아짐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피곤함
  • 식욕이 증가하고 특히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이 당김
  • 체중이 증가함
  •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는 일이 줄어듦
  • 의욕과 집중력이 떨어짐

봄·여름형 계절성 우울증

  •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줄어듦
  • 식욕이 감소하고 체중이 빠짐
  • 초조하거나 불안한 느낌이 증가함
  • 짜증이 많아짐


3. 왜 특정 계절에 우울 증상이 나타날까?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을과 겨울에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생체리듬이 변화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면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이나 수면과 관련된 멜라토닌 체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에서 더 많이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울증이나 계절성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4. 계절성 우울감, 생활 속에서 어떻게 관리할까?

 가벼운 계절성 우울 증상이 있다면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 낮 동안 자연광 충분히 받기
  • 걷기·조깅·자전거 타기 등 규칙적인 운동
  •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회활동 유지하기
  •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유지하기
  • 과도한 음주 피하기


특히 낮 시간에 야외 활동을 하면서 자연광을 접하는 것은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햇빛과 광선치료는 어떻게 다를까?

 낮 동안 자연광을 충분히 접하는 것은 생활리듬과 기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상에서 햇빛을 쬐는 것과 의료적으로 시행하는 ‘광선치료’는 다릅니다.

 광선치료는 일정한 밝기의 특수 광원을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하는 치료로, 특히 겨울형 계절성 우울증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눈 질환이 있거나 빛에 민감해지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비타민D는 도움이 될까?

 겨울철에는 햇빛 노출이 줄면서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질 수 있고, 낮은 비타민D 수치와 우울 증상의 관련성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타민D 보충제가 모든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울감을 해결하기 위해 임의로 고용량 비타민D를 복용하기보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언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할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 이전에 즐기던 일에 흥미를 잃은 경우
  • 잠이나 식욕이 크게 달라진 경우
  • 직장이나 학교생활, 가족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경우
  •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는 경향이 심해지는 경우
  • 절망감이나 무가치감이 심해지는 경우


 계절성 우울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광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치료, 항우울제 등을 단독 또는 병행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8. 전문의 한마디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진 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우울감과 무기력, 과도한 수면이나 식욕 증가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계절을 탄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낮 시간의 야외 활동, 운동은 가벼운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감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라면 스스로 버티려고 하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하게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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